집에서 방어진 슬도까지 가려면 새벽이라도 차로 대략 40분을 달려야 한다. 이틀 전 일출을 놓친게 마음에 걸려 오늘 아침 일기예보를 보고 새벽4시에 일어나 또 달렸다. 그런데 오늘 따라 왜 그렇게 오랜 시간 샤워늘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비누칠 하고 거품 폴폴이는 바디클린저까지 사용하면서 샤워를 했다.

4시 5분에 샤워를 시작했는데 마치고 나니 4시 40분이다.

일출시간이 5시30분이라 지금 출발하면 되긴 하지만 아침 여명은 포기 상태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오늘은 새벽인데도 도로를 달리는 차가 제법 보인다. 일산해수욕장에 들어서니 이런 여명이 보인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해수욕장 주변에 주차를 하고 부랴부랴 두어장 여명을 담고는 다시 슬도로 달렸다.

오늘은 일출을 400mm렌즈로 담을 작정을 하고 왔는데 아무래도 좀 불안하다.하지만 망설일 틈도 없다. 슬도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무거운 렌즈 어깨 짊어지고 슬도 등대 가까이로 달렸다. 시계를 보니 5시 28분이다. 거북바위가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삼각대를 세우고 한숨을 쉬고 있는데 아뿔싸 해가 바다 가운데로 떠 오르기 시작한다. 이게 아닌데... 이틀 전 보아 둔 일출각의 착오다. 다시 삼각대를 접어 어깨에 짊어지고 주차장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불과 1~2분이 지나면 바다 위로 떠 오른다. 대략 150m를 숨도 쉬지 않고 달렸더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맨붕상태이다. 거북바위 근처에 해가 오도록 렌즈촛점을 맞춘 후 셔트를 눌렀다. 돌아와서 보니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드는 사진만 남아 있다. 충분히 예상했던 장면늘 담을 수 있었던 일출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오늘도 놓치고 말았다.

애당초 목표는 떠 오르는 저 해를 거북이 입에 물리고 싶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