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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

홍인의세상사는이야기

친척이라는건

2021.05.21 18:04 388 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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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여동생에게서 톡이 왔다.

5월 마지막 일요일에 울산에 나를 만나러 온다고 한다.

누구랑 오느냐고 물으니 형수님 식구, 그러니까 형수님이랑 조카와 함께 온다고 한다. 얼마 전 결혼한 여동생 아들 부부도 올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들이 온다고 하니 나의 생일이 다가오는가 보다. 달력을 보면서 확인하는 것도 귀찮고 그들이 생일 챙겨주는 것도 부담스럽다. 혹시 오더라도 음식은 가져오지 말라고 신신당부 했다. 작년에 가져 온 음식도 대부분 상해서 버렸다. 김치는 아직도 먹고 있지만 이제 절반쯤 먹었다.

막내 동생은 가끔 연락을 한다. 어렵게 살아오다 보니 약게 구는 편이다. 생각해 주는 마음이 대부분이지만 가끔 챙기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그런게 싫다는 말은 아니다, 잊지 않고 있으니 그걸로 만족한다.

큰 여동생과는 사이가 멀어진지 오래다. 얼마 전에 있었던 조카 결혼식에도 가지 못 했다. 여동생이 서운해 할 게 분명하지만 그런 때문인지 좋지 못한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아마 이번에 결혼한 조카부부는 오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형수님은 한동안 멀어져 있는 사이를 줄여보자고 연락을 몇 번 했지만 무시했었다. 그래도 작년에 딸부부를 동반해서 찾아 왔었다. 이번에도 온다고 한다. 형님이 세상을 떠난 후 나에게 관심을 더 보이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이들을 맞이하는 것이 그리 내키지는 않는다. 반갑게 웃으면서 맞이할 수도 없고 이전처럼 무뚝뚝하게 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살아계시던 지난 날에는 나도 그들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고 생각한다. 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던 그들은 오랫동안 나를 오해하며 무시했다. 그런 그들을 나도 버렸던 것이다. 지금에 와서 그들이 보이는 성의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일요일 점심시간에 맞추어 올 것이라 생각되는데 그들을 맞이할 나의 표정관리 때문에 고민해야 하나 싶다. 그냥 모르는 남들처럼 모른 체 살아갈 수는 없는 걸까.

무려 30년 이상 마음의 담을 쌓고 온 친척들이 지금에 와서야 왜 마음을 바꾼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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