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 100가지 (3) - 집에 당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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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다닐 때 처음 당구를 쳤다.
당구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미니당구였다. 지금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학교 파하고 어쩌다 한 번 들렀는데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구장을 찾은 것은 그로부터 7년이 지난 대학 입학 후 였다. 문과지망생이었던 내가 이공계대학시험을 치고 합격통보는 받았지만 집에는 불합격이라고 말하고 입학식 대신 학원에 등록을 하러 가던 때 였다.
친구들과 부산 서면 어느 당구장에 처음 갔는데 이미 실격이 출중한 친구들과는 달리 당구큐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나를 보고 사장님이 시간날 때 한번씨 들러 배워보라고 했다. 수강료는 없이 무료로 가르쳐주겠단다.
두어달 거기서 당구를 배운 기억이 난다. 친구들은 30, 50, 80, 120 뭐 이런식으로 당구실력을 쌓아갔지만 나는 불과 두 달 만에 200을 놓고 치라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당구를 몇 년간 틈틈이 쳤는데 500까지 올라갔다. 묘기도 제법 부렸던 것으로 안다.
대학 졸업 후에는 거의 당구장에 가지 않았다. 어쩌다 1년에 한두번 친구들과 간게 전부였다.
그러다 왼손을 칼에 찔려 골절이 생긴 후 부터는 이전의 정확도를 구현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당구는 내게 추억으로만 존재한다. 하지만 이전에는 집에 당구대를 설치하는 것이 꿈이었다.
각박한 현실이 그 꿈을 나에게서 뺏어갔지만 꿈을 접은 건 아니다.
늘찍한 방 하나에 당구대를 놓고 친한 친구들이 오면 같이 시간을 때우거나 마음이 울적할 때 혼자 당구를 치고 싶었다.
이 꿈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런 집도 그런 친구도 없기 때문이다.
한참 당구를 배울 떄 샀던 책이 몇 권 있었는데 어디 갔는지 찾을 수가 없다. 벌써 40년 전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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