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마크
  • 접속자 2
해밀

홍인의세상사는이야기

보행자

2021.05.11 20:55 376 0 0 0

본문

발바닥이 아프다.

오늘은 퇴근도 걸어서 귀가를 했다.

주변 구경도 할겸 구불구불 돌아서 왔더니 1시간 32분이 걸렸다.

다리가 후덜거리는건 사라졌는데 발바닥이 아프다. 구두를 신어서 그러리라 생각된다.

목덜미와 이마에 구슬땀방울이 맺혀 있다.

나름 보폭을 크게하고 빨리 걷는다고 걷는데 앞에서 걸어가는 다른 사람과의 거리가 좁아지지 않는다.

심지어 나보다 나이가 더 많아 보이는 사람과도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 것을 느꼈다.

그만큼 내 몸의 노화가 진행되었다는 말이겠지.

뭐 굳이 지팡이 짚고 살아가고 싶지는 않으니까 큰 의미는 없겠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문득 이전에 지내던 집들이 생각난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 집들이 그립다.

침대 하나 작은 TV 한 대로 꼭 차는 좁은 방에 누워 지내는 것이 내게는 더 어울린다는 말이다.

되지도 않을 신혼을 꿈꾸면서 선물이라도 주듯 꾸며진 지금 집은 내게 적막과 공허감만 주고 있다.

가끔 녹슨 곳을 지우고 곰팡이가 몰래 싹트는 곳을 없애고는 있지만 사람 흔적이 없는 이런 곳은 보금자리로는 무의미 할 뿐이다. 한 때는 늦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시금 일깨우는 사람이 체취를 남기면서 들락거렸지만 지금은 그나마 사라지고 있다.

내년 이맘때쯤에도 내가 이 곳에 남아 있을까.

거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공단의 풍경이 삭막하기 그지없다. 벌써 무감각해 진다.

차라리 산속 깊은 곳에서 안개에 쌓여 잠을 깨는 것이 더 낫겠다.

그것도 아니면 아침마다 피어오르는 바닷가의 습기 속에서 지내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거다.

가진 짐을 다 버린 채 트렁크 속에 이불 한장 챙겨서 그날 그날 가고 싶은 곳에서 잠을 청하는 것이 내 삶의 종착역이 될지도 모른다.

내일 아침에는 어떨까.

또 오늘 처럼 아픈 발바닥을 달래며 걸어가게 될까.

근 그렇고 어제 침대 시트 벗기다 손가락에 난 상처가 아침에 자고 나니 퉁퉁 불어 농이 나온다.  아프다. ㅠㅠ

 

0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30 건 - 1 페이지
제목
45 0 0 2024.02.07
66 0 0 2024.01.23
91 0 0 2023.12.14
261 0 0 2023.06.19
363 0 0 2023.05.04
513 0 0 2023.03.09
693 1 0 2022.05.07
568 0 0 2022.04.25
824 0 0 2021.10.19
941 0 0 2021.07.27
697 0 0 2021.07.26
887 0 0 2021.07.21
676 0 0 2021.07.19
675 0 0 2021.07.17
745 0 0 2021.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