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생각
2021.04.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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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토요일 오후.
허기가 찾아와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먹을 게 없다.
다 먹고 남은 물김치의 통이 눈에 띈다. 밥솥에 남은 한 숟갈의 밥을 후라이펜에 담고 김치국물을 부었다.
SPAM 통을 뜯어 함께 넣고 고추장 조금 꺼내, 조금 남은 김치를 잘게 쓸어 넣고는 볶았더니 한숟갈 밥이 두그릇은 되어 보인다.
그렇게 10여분을 볶은 후 한 숟갈 입에 떠 넣었더니 spam 때문인지 너무 짜다. 그냥은 먹기가 힘든다.
숟갈에 밥 반 뜨서 입에 넣고 물 한모금 마시면서 먹었다.
아~ 이렇게 먹으면 이 볶음밥 사나흘은 먹겠다.
밥을 먹으면서 잠시 딴 생각에 잠긴다.
정리해야 할 일들이 많다.
기다림도 포기해야 하겠고, 전화번호도 정리해야 하겠고, 집도 이것저것 정리해야 할 것이 많다.
두어군데 드나들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미 며칠 전부터 잠수를 탄다고 말해 놓고 접속을 하지 않고 있다.
마음이 정리될 때 까지 조용히 지내고 싶어서이다.
하지만 딱히 정리해야 할 것들이 구체적으로 생각나지는 않는다.
그냥 잠시 쉬고 싶을 뿐인 것 같다.
밥 먹다 이게 무슨 짓인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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