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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

홍인의세상사는이야기

진료라는 것은

2021.03.27 11:59 371 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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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진료실에 허겁지겁 뛰어들어온 64세 남자. 접수창구에서 우렁찬 목소리로 온 몸에 힘이 빠지고 손이 덜덜 떨린다고 한다.

진료실에 들어와서도 계속 같은 말만 대여섯번 반복한다. 이러다 죽는 거 아니냐고. 큰 병원에 가야되냐고 물어본다.

 

혈압은 정상이다.

혈당을 체크하니 77이다.

 

오늘 종일 하신 일을 물으니 집에 종일 있었다 한다.

식사는 언제 했냐니까 아침은 먹고 점심은 아직 안 먹어서 배가 고프다고 한다. 집에 가서 먹을까 생각 중이란다.

 

어지러운 증상 나타난 후에 먹은게 있는냐고 물으니 아무 것도 안 먹었다고 한다.

이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냐고 물으니 가끔 있었다고 한다.

 

다시 물었다. 오늘 정말 집에 종일 있었냐. 종일 집에서 무엇을 했느냐.

잠시 운전해서 시장에 갔다왔다 한다. 그러고 잠시 후에 또 얘기를 한다.

낮에 잠시 밭에 가서 일을 했다고 한다.

먹은 것을 다시 물어봤다. 날씨가 더워 음료수 같은 걸 한모금 마셨다고 한다.

 

왜 물을 때 바로 얘기안해줬냐니까 이전에 하던 일에 비해 그런건 사건이 아니라고 한다.

 

결론을 내렸다.

목소리가 우렁차고 걸음도 씩씩하고 행동도 빠릿한 것을 보니 뇌쪽 증상은 아닌 것 같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혈당이 떨어져서 그런거 같으니 다음부터 식사를 그르지 말라고 했다.

 

밖에 나가서 커피 한잔을 타서 들고와 마시라고 했다.

 

커피를 마시면서 이렇게 말한다.

'그러고보니 아침이나 점심을 안 먹고 일할 떄 마다 이런 증상이 잇었던 것 같다. 그 때 마다 커피를 마시니 금방 괯낭ㅎ아 졌다.'

 

앞으로는 절대 식사를 그르지 말라고 당부하고 가시라고 했다.

 

접수부터 수납까지 시간은 대략 25분 정도 걸렸다.

대화 말고는 혈압측정, 혈당측정 한 것 외에 특별하게 한 게 없다.

 

환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별거 아닌 것 같은 것이지만 그동안 모르고 지내면서 걱정만 하고 있었던 환자에게 인지를 시키는데 성공한 셈이다.

 

그래서 나는 비대면 진료를 싫어한다. 비대면 진료로는 절대 이런 걸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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