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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

홍인의세상사는이야기

대충대충 살아도 되는가

2020.11.10 15:32 496 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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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지난 날들을 자주 되돌아 보게 된다.

생각해 보니 개원을 처음 한 후로 너무 편하고 안이하게 지내왔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의사라는 직업이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나 개인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먹혀 들어간 것은 의사라는 것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동안은 나를 믿고 찾아주는 많은 환자들 덕분에 편하게 진료하고 지냈던 것이 분명하다.

최근에는 진료 대상도 세대가 바뀌었고, 보험 등 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런대도 나는 안일하게 과거의 진료 형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 했던 것 같다.

챠트에 기록하는 작은 토씨 하나가 나중에 문제의 소지가 될 수도 있고, 진료의 패턴도 변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을 꼼꼼하게 챙기지 못하는 안일함에 젖어 있었는 지도 모른다.

이런 것들을 생각할 때 마다 그동안 나를 찾아왔던 환자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오랜 기간 찾아오는 그들 중 대부분은 나를 양심적인 의사라 생각하면서 찾아오고 있다. 하지만 양심적인 것과 진료를 잘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고, 그들에게 생길 수 있는 사소한 일에서부터 큰 일까지를 고려하지 않는 것 과도 다르다.

사설보험 때문에 이런 것을 가끔 경험하게 된다.

이런 문제는 건강보험이라는 제도에 묶여 있다보니 부가적으로 생기는 것이기도 하다.

치료를 잘해 주는 것에서 벗어나 사회제도의 전반적인 것들을 고려하지 않는 진료는 언제라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런 것들이 싫기도 하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진료실을 벗어나고 싶기도 하다.

나 역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30년 넘게 의사라는 직업을 가졌으면서도 몇 천 만원의 여유가 없다. 이런저런 일에 돈을 쓴 기억도 없다. 그만큼 밥만 먹고 지내면 될 정도로 만족하면서 가끔 나 때문에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고마움의 표현에 보람을 느끼며 살아 온 것 뿐이다.

젊었을 때의 꿈은 나이가 들면 내가 아는 작은 지식으로 할 수 있는 봉사를 하는게 작은 꿈이기도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아득하기만 하다. 

나이가 들면서 무디어지는 생각들과 행동들을 지금이라도 조금씩 고쳐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렇지만 아무리 챙겨도 아차하는 일들이 생기곤 한다. 

인생 별거 있나 하는 생각은 요즈음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없다. 나이가 들수록 더 꼼꼼이 더 부지런히 챙기고 살펴가면서 지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부터라도 환자의 작은 말이나 행동 뿐 아니라 그들을 진료하는 행위에 그들의 인생을 모두 담아 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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