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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

홍인의세상사는이야기

의사라는 전문직이 고소득층이라고?

2020.08.12 08:51 456 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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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을 다닐 때도 그랬지만 의사면허증을 취득하고 사회에 발을 디딘 후에도 환자를 이용해 돈을 번다는 것은 의사로서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개업 3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환제에게 수입을 창출하기 위해 뭘 어떻게 하라고 권해 본 적이 기억에 거의 없다. 치료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만 권해 왔던 것 같다. 때로는 필요없는 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설득을 해서 그냥 돌려보낸 적도 적지 않다.

수입이 많은 의사들은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다. 이는 어느 직종할 것 없이 마찬가지다.

나는 화술이 뛰어나지도 못하고 전문적인 어떤 특수한 재주도 없다. 그저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주고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자문이나 중개역할을 해 주면서 지냈다. 그러다보니 의사면허증을 가지고도 겨우 밥만 먹고 사는 정도로 30년을 버텨왔다.

코로나로 인해 환자 수는 격감했다. 하루 20~30명, 어쩌다 40명을 넘을 때도 있다.

초진 16,410원, 재진 11,540원. 하루 환자를 계산 해 보면 수입이 하루 30만원에서 50만원 정도다.

예방접종이나 금연치료, 치료에 필요한 비급여수액, 또는 아미노산수액 등을 합하면 하루 최고 수입이 2배가 될 때도 있다.

그래봐야 한 달 총 매출이 1,000만원 안밖이다. 병원 고정지출은 이보다 훨씬 많다. 코로나가 유행한 이후 수 개월 동안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30년간 개업하면서 가장 많이 번 달이 700만원 정도 된다. 보통은 400~500만원 정도다.

나 보다 더 못한 개인의원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의료보험 환자만 보면 병원운영을 유지할 수가 없다.

최근 3억이 채 되지 않는 아파트 한 채를 샀다. 20년만에 처음 가져보는 내 집이다. 그것도 하루 한끼 먹으면서 15년간 모은 돈 1억 보태고 나머지는 대출을 끼고 산 것이다. 매달 불입되는 대출금 상환이 부담도 된다. 원룸에서 20년 가까이 살다가 집을 장만해야 하는 사연이 있어서 샀는데 지금은 그 이유가 사라져 버렸다.

내가 여유가 없다고 말하면 주변 지인들은 '그래도 의사인데' 하는 반을을 보인다.

없어도 굳이 없는 표현을 하지 않는 때문이리라. 누가 필요하면 남의 돈을 빌어서라도 빌려주고 누굴 만나면 밥값을 내 주곤 하는 것들 때문인 지도 모른다. 친구들은 대부분 정년퇴직을 한 후 취마활동이나 퇴직 후의 여생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진료실을 지켜야할 지 미정이다. 모아 놓은 돈도 없고 노후를 위한 준비를 해 놓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한 후회는 없다. 나 스스로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의사가 고소독자라는 말은 내게는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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