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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

홍인의세상사는이야기

아직도 세상은 나를 필요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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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면허증을 받고 사회에 발을 디딘 첫 해 부터 이기적이고 폐쇄적인 일부의사의 면목을 보고 그러지 않아도 하고 싶지 않은 의인의 길을 때려치고 싶었다. 그게 세상의 전부가 아닌데도 나는 의사는 단 한 명이라도 의로워야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문과를 고집해 수학미적분 같은건 들여다 보지도 않고 들어 온 의생의 길.

입시원서 접수도 담임선생님께서 하시고 시험 당일 날도 끌려가다시피 시험을 치러 갔다.

내가 굳이 문과를 고집한 이유는 깊은 사연이 있었지만 지금은 언급을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아직도 그 미련은 남아 있다.

마땅히 다른 수입원을 만들 재주가 없어 당분간만 의업에 종사한 후 다시 갈 길을 가리라 했던 것이 현실은 그렇게 만들어 주지 않았다. 그러기를 30년이 훌쩍 지났다.

적어도 나는 의사생활을 하면서 나 자신을 위해 욕심을 부려 본 적이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능력이 부족해 해 줄 수 없는 것들과 가끔 예기치 않은 실수 등을 제외하면 항상 아픈 사람 편에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의사생활 30년 동안 하면서 여유돈 몇 천만원 쥐어 본 적이 없었다.

한 때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두 달 남짓 물만 먹고 지낸 적도 있고 수년 간 하루를 라면 하나로 때웠던 적도 있다.

그렇다고 번 돈으로 주식을 하거나 다른 곳에 투자했다가 날린 것도 아니다. 양심적인 의료는 그럴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그래도 그런게 서글프거나 후회스럽지는 않았다.

한 때는 국한적이긴 하지만 사회를 위해 봉사한답시고 가족들을 굶기면서까지 부산을 뜬 적도 있었다.

덕분에 20년이 지나도록 자식들 얼굴을 못 보고 있다.

챙겨주지 못한 나의 불찰도 있지만 자식들의 행동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지금도 굳이 보고싶어 잠을 설치지는 않는다.

나에게는 노후대책이란 것이 없다.

일을 그만두면 당장 다음 달부터 굶어야 할 처지다.

하지만 그런 것도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최근에 환자 한 명이 나를 시험대에 오르게하고 있다.

돈이 필요해서일까.

필요하다면 한 두 달 버는걸 줄 수도 있다. 그래봐야 요즘은 수 백만원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지닌 나만의 명예를 훼손하고 싶지는 않다. 남에게 손톱만큼도 해를 끼치면서 살지 않으리라는 바보 같은 생각이 아직도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나로서는 나를 이용해 먹는 사람에게도 스스로 미안함을 느끼게 하고 싶을 뿐이다.

굳이 밖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냥 그렇게 느끼고 있으면 나는 만족한다.

우스운 이야기는 지금 당장이라도 모든 걸 털고 쉬고 싶지만 나를 찾아오는 아픈 사람들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나 아니라도 그들은 살아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게 분명한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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