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쓰는 편지

2020.05.28 22:19 461 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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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고 귀가하는 차 속에서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네.

엄마.

엄마가 있는 하늘나라는 어때?

거기는 전기장판에 항상 불이 들어와 있어?

도르레가 부서진 현관 창문 같은 건 없는거지?

먹을 물 받으러 계단을 내려와 마당에 있는 수돗가로 가지 않아도 되는 곳이야?

 

엄마.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겉으로는 나쁜 영감이라고 욕을 하면서도 돌아서서 눈물 흘리는 엄마를 보면서 부부 사이의 정이 어떤 것이 걸 그 때 알았어.

난 아버지 돌아 가셨을 때도 그랬고 엄마가 싸늘하게 마루에 찬 이불 덮어쓰고 누어서 쉬고 있을 때도 안 울었잖아.

그런데 그 후로는 가끔 엄마가 생각날 때 마다 눈물이 나.

청개구리 마냥 엄마가 바라던 것과는 일부로 반대로 행동하고 말하고 했던 나 때문에 많이 속상한 거 알아.

왜 그랬는지 엄마는 알고 있었지?

어릴 때 부터 남의 이목은 다 받으면서 자란 내가 커갈수록 실망만 주게 된 이유. 엄마는 알고 있었던거야.

그래서 내가 망나니 같은 말을 하고 바보같은 행동을 할 때도 다 이해를 해 주었어.

맞아. 나는 남들이 말했던 것처럼 똑똑하지도 않고 겉으로는 강한 것처럼 보였지만 내면은언제나 겁에 질려서 살았어.

그런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엄마는 내가 감옥에 있을 때도 나를 이해해 줬어.

어쩌면 내가 사는 동안 엄마같은 사람을 찾아 다녔는지도 몰라. 아니 그랬어.

그런데 이 세상에는 엄마처럼 그렇게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더라.

그래서 엄마 생각날 때 마다 내가 눈물을 흘리는지 몰라.

내가 엄마가 누워 있는 곳을 찾았을 때 봤지?

아무도 없이 엄마랑 나 둘이만 있는데도 부끄러워 아무 말도 하지도 못하고 인사만 하고 돌아 서잖아.

나도 엄마 있는 곳에 갈까?

옛날처럼 나한테 잔소리도 하지 않고 걱정해 줄 수 있어?

엄마.

나 많이 아파.

내가 살려고 발버둥을 쳐도 오래지 않아 엄마 곁에 갈지도 몰라.

내가 스무 살이 지나면서 여태까지 하고 싶은 것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살았던거 엄마도 잘 알고 있지?

사람들이 내 얼굴에 항상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대. 웃는 모습도 볼 수가 없고.

당연한 거지만 나라고 즐겁게 살고 싶은 욕심이 없겠어?

속으로는 항상 웃으면서 살고 싶지만 나를 웃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없어.

그런 사람이 없어도 바보처럼 히죽 웃으며 살까?

엄마 곁에 가기 전에 웃는 연습을 많이 해야겠지?

 

아들 왔다고 아픈 몸으로 냉장고 다 뒤져서 맛있는 반찬 만들어 준다고 바쁜 엄마 모습이 생각나.

그렇게 한 상 차려놔도 먹지도 않는 거 뻔히 알면서도 갈 때 마다 엄마는 그랬어.

엄마.

나 많이 힘들어. 사는게 정말 힘든다.

그래도 사람들에게 드러내지 않고 지내고 있어. 뭐 웃는 모습은 안 보이지만.

그렇게 엄마가 없는 세상에서 지내고 있어.

나 잘하고 있는거 맞지?

엄마 아버지 돌아가실 때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던 넘이 밤에는 자주 울면서 지내.

영화를 보면서도 울고, 뉴스를 보면서도 울어. 참 바보같지?

오늘은 피곤해서 일찍 잘께.

다음에 또 편지할께. 엄마도 잘 지내.

나 때문에 속상해 하지 말고.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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