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과거

2020.05.27 18:25 472 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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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그 녀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철이 없었지만 생각하는 것이 순진하고 착한 성격이라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보일 때도 웃으면서 그러지 말라고 말하면서 지냈다.

이별의 시간이 길수록 더 애틋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작은 버릇이라도 반복되면 습관이 되어 고치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기 싫은 말이나 행동일지라도 서로를 위해 자주 표현하라고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내게는 참으로 힘든 일이다.

가끔 소리없는 웃음을 보이기는 하지만 내게서 웃음이 사라진지 이미 수십 년 전의 일이기 때문이다.

한 때 잃어버린 웃음을 찾아보려고 무던 애를 쓴 적도 있었다.

혼자 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웃음을 보여 줄 사람을 찾아 보기도 했었다.

나의 웃음이 어색한지 오랜 시간 받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이 사람은 그랬다.

내가 살짝 웃을 때 마다 그 사람은 자지러지게 웃었다.

아픈 척이라도 하는 날이면 매 시간 마다 잠을 깨서 나를 훑어보곤 했다.

과거 어느 때 처럼 나의 모든 것을 다 바치고 싶은 마음은 부족했지만 어렵사리 살아 온 인생인지라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보살펴 주고 싶었다.

처음부터 나이를 속이고 과거를 속이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모른 척 했다.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하지 않고 그 사람이 내게 알려 준대로 말했다. 비록 그것이 거짓말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좋아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어제까지만 속아주기로 했다.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 자신을 학대하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미련을 버리고 어깨를 떨구기로 했다.

그저 먼 곳에서 아프지 않고 평온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사랑은 부족했지만 나의 남은 시간들을 한 사람을 위해 준비를 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어느 것에도 매달리고 싶지 않다.

어떠한 위로의 말도 필요하지 않고 어떤 것도 더 이상은 반갑지 않을 것 같다.

연락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없앴다. 주변에 남은 흔적도 모두 없앨 생각이다.

그리고 어두운 방에 앉아 소리나지 않는 눈물을 흘리면서 다시금 옛날로 돌아갈 것이다.다만 내가 나 자신을 너무 학대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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