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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

홍인의세상사는이야기

무엇으로 사는가(12)-어린 자존심

2003.09.29 15:03 1,831 1 0 0

본문

어릴 때는 그럭저럭 살만한 가세였지만 무슨 연유에서인지 어린 나이부터 고집을 많이 피웠던 것 같다.
철없던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들 슬하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친 기억이 난다. 경제적으로는 넉넉했지만 사이가 좋지 못한 부모님의 모습이 거슬렸는지도 모르겠다.

4학년 때에는 신문배달을 한다고 신문배급소에 들러 동네 형을 따라 며칠 새벽을 뛰어다녔지만 새벽에 나서는 일은 힘든 일이어서 채 일주일도 안되어 그만 두었다.
오후시간을 이용하기 위해 5학년 때에는 용돈으로 모은 얼마되지 않는 돈으로 구두통과 광택약을 사서 동네 시장바닥에 앉아 구두닦이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일도 얼마가지 못했다. 동네시장을 돌아 다니다 보니 이웃 아주머니 눈에 띄는 게 일쑤였고 곧 집에도 알려지게 된 것이다. 나무라는 어머니께는 그만둔다고 말해 놓고 좀 더 먼 다른 동네로 무대를 옮겼다. 하지만 남의 동네에서 일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동네의 아이들에게 구두통을 뺏기고 얼굴이 퉁퉁 부을 정도로 매를 맞고서야 그 일을 그만 두게 되었다.

하지만 그 후에도 방학 때는 다른 일을 했다. 같은 반 아이의 부모님이 경영하던 양과점에서 외상으로 아이스케키를 받아 다시 돈벌이를 시작한 것이다. 아이스케키를 파는 일은 이윤이 많았다. 4개를 10원에 받아 개당 10원씩을 받았으니 당일 받은 물량의 사분의 일만 팔아도 본전은 된 것이다. 옆 집 친구와 둘이서 무거운 아이스케키통을 매고 걸어서 약 세 시간이나 걸리는 수영해수욕장까지 거의 매일 갔다. 뺑뺑이라고 불리는 번호판을 돌려놓고 침으로 꼿아 번호를 맞추면 2배나 3배씩 주는 이 장사는 약 1개월 이상 지속되었다.

어릴 때의 이런 장사는 저축이 별로 되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3년간 아르바이트를 하게된 밑거름이 되었고, 대학 1년 시절에 리어카를 끌고 다니면서 여름과일 장사를 하게 만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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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

님의 댓글

2003.09.29 15:03
  와~ 그손으로 엄청난 일들을 했군요.. 대단 하십니다^^
홍인님 글을 보면 제가 넘 어려움없이 자란것 같아서 죄송하기까지 하네요. 오빠들이 다섯이다 보니...
저든 서른이 된 지금에 다시 하나씩 공부(??)를 합니다.
나도 새벽에 신물배달이나 우유배달 하고싶었는데 못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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