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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

홍인의세상사는이야기

무엇으로 사는가(6)-초등학교

2003.08.14 13:01 1,315 4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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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는 것에 비해 학동기는 많은 추억들이 생각난다. 하지만 입학 후 1년간은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2학년 되면서 새로 창설된 국민학교로 편입이 되었다. 편입된 C국민학교는 입학했던 K국민학교보다 조금 더 먼 거리에 있었다.

편입 후 1년간은 넓은 논 위에 세워진 학교 보수공사 때문에 진흙을 밟으며 다닌 것 같다. 3학년이 되는 해 부터 무척이나 바빴던 기억이 난다.
도서담당이었던 K선생님 눈에 띄어 방과 후 매일 두 시간은 도서관에 갇혀 동화집과 동시집을 읽어야만 했고 책을 읽은 후에는 하루 한 편씩 습작을 제출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내가 왜 그런 일들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당시 읽었던 동시집에서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개미를 3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4학년이 되면서 부터 학교 생활에 커다란 변화가 왔다. 그 변화는 새로 편성된 반의 담임선생님으로 부터 왔다. 교직에 입문한 후에도 오랫동안 사법고시에 응시를 해 오던 큰아버지 같으신 분이었다. 담임선생님은 점심시간이 되면 학교 앞 조그만 식당에 앉아 언제나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반장을 하던 나는 아이들을 자리에 앉혀 놓고 선생님을 찿아 식당으로 가야하는 날이 많았다. 어떤 때에는 교무실에 들러 공지사항을 노트에 배껴와 담임선생님 대신에 종례를 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런 생활은 5학년이 되어 다시 같은 담임선생님으로 모시면서 더 잦아지게 되었다. 하루 한 두 시간은 선생님도 없는 교실에서 전과책을 펼쳐들고 칠판에 이것저것 적어가며 아이들에게 공부를 대신 시켜야 했다.
선생님은 언제나 내게 미안해 했다. 그리고, 나를 무척이나 아껴 주셨다. 선생님 댁은 학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언젠가 일 때문에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대문 옆 마당에 나의 키보다 두 세배나 높이 쌓아둔 소주병들을 보고는 무척이나 놀랐다. 담임선생님은 그렇게 지내셨던 것 같다. 어쩌면 인생의 온갖 번뇌를 다 짊어진 채 살아가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그런 선생님을 보는 나의 어린 마음에 선생님의 소망을 대신 이루어 주어야겠다는 열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인연이라는 게 묘해서 6학년이 되어서도 같은 담임선생님을 모시게 되었다. 선생님의 낮 외출은 더 잦아졌고 나는 수업 뿐 아니라 시험감독까지 해야 하는 일까지 있었다. 하지만 반 아이들은 의외로 수업시간에 조용했고 그 때문인지 학교에서도 별 말 없이 지냈다. 선생님은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환갑도 훨씬 앞두고 돌아가셨다.

논 위에 지은 학교라 주위에 웅덩이나 둑이 많았다. 봄철이 되면 온갖 뱀들이 학교 주위나 복도까지 기어 들어와 여학생들을 놀라게 하곤 했다.  웅덩이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뱀들이 득실거렸다. 덕분에 꿈에 뱀이 자주 나타나곤 했다. 짖굳은 아이들은 뱀을 잡아와 여학생 책상 안에 넣어두는가 하면 도시락 속에도 넣곤 했다. 방과 후에는 땅꾼들을 따라 뱀 잡는 구경도 곧잘 하곤 했다.

6학년 때 고적대 악장을 하면서 함께 악단을 했던 K라는 여학생을 무척이나 좋아했지만 부끄럼을 유달리도 탔던 나는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졸업을 해 버렸고 그 후로는 소식이 끊겼다.

국민학교 시절에는 제도의 변화도 있었다. 5학년이 되는 해에 중학교 무시험제도가 결정되어 시험 때 마다 밤을 세워 하던 공부를 6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입시지옥에서 해방된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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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4

님의 댓글

2003.08.12 22:07
  선생님 대신 애들을 가르쳤다고요? 으-윽.

님의 댓글

2003.08.12 23:26
  제가 원해서 그런 게 아니고 사정이 그런 상황이라서 어쩔 수가 없었답니다.

님의 댓글

2003.08.14 09:44
  우와 대단하네요
아마 선생님께서 일부러 손원장님을 데려간것 같네요
일을 고분 고분 잘하시니까 말입니다
오늘도 좋은하루 되세요
아자 아자 아자
화이팅

님의 댓글

2003.08.14 13:01
  야! 대단하다.

난 국민학교 시절에 맞아가면서 공부한 기억밖에 없는디...

암튼 다음편 빨리 올리소, 궁금하고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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