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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

홍인의세상사는이야기

무엇으로 사는가(4)-대출

2003.07.30 11:45 2,289 5 2 0

본문

오늘 지난 해에 대출을 했던 은행에 추가 대출을 부탁했다.
여러가지 여건으로 봐서 추가대출 승인이 나지 않을 것 같아 며칠을 망설이다가 한 전화였다.
당장 급하게 매꾸어야할 것도 있고, 오랫동안 이자없이 사용하던 차용금을 상환하기로 약속한 날은 다가오는데 특별히 부탁할 데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번 대출을 담당했던 직원은 발령을 받아 다른 지점으로 가버렸고 차장이 추가대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며칠을 망설인 것 치고는 너무 쉬운 대답에 오히려 당황했다. 하지만 대출에 관계된 서류를 준비하다 보면 힘들것이라는 생각은 여전했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동안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부채들을 한 군데 모으기 위해 2년 전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한 1억을 시작으로 지난 해 같은 목적으로 2억을 신용대출 했다. 하지만 걸림돌이 되는 것은 이런 게 아니다.
십년이 넘도록 이용해 오던 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가 문제다.
살림살이의 악순환으로 지금은 신용카드를 이용한 현금서비스가 무려 4,000만원에 육박한다.
말이 4천이지 이 금액이 그리 만만찮은 금액이라는 것은 당해 본 사람은 다 알 것이다.
그것도 지금은 일부가 연체상태이니 추가대출이 쉬울리가 없다.

개원 초창기 부터 시작된 이 생활고가 20년이 가까이 지났는데 아직도 끝나지 않는다.
끝나기는 고사하고 갈수록 험악해 지고 있다. 매월 나가는 이자만 해도 언제나 400만원이 웃돌았다.
그래도 지금은 좀 나아진 게 있다면 비싼 이자의 사채를 정리하고 이자가 훨씬 싼 금융권을 이용하고 잇다는 것이다.

한 때는 이런 생활에서 탈피하고 싶어 남을 위한다는 핑계로 이런저런 일에도 몸을 담아 봤지만 결과는 매한가지다. 오히려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몸에 베인 비정상적인 행동이나 사고방식을 나타낼 때에는 오해를 사기 쉬운 상황까지 갈수도 있었다. 어쩌다 소주나 한 잔 하면 그 금액만큼 걸어다녀야 했고, 때로는 이발해야 하는 시기도 건너 뛰어야 했다.

은행직원이 그랬다. 현재 제정상태를 보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건 맞는 말이다. 내가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개원 18년 동안 남은 게 있다면 부채 4억이다. 한 달에 약 200만원이 모자랐다는 얘기다. 과연 그동안의 수입이 그렇게 모자랐을까. 물론 아니다. 이 말에 대한 해답은 사채계산에 밝은 사람 외에는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어쨌던 은행차장은 힘들지만 내 인상을 보고 도저히 안된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면서 일부 대출을 승인해 주었다. 대출 때문에 은행에 있었던 1시간동안의 내 마음을 표로할 길이 없다. 그들에게서 나는 동정을 받은 것이다. 그 동정으로 다시 한 동안 편한 마음으로 지낼 수가 있을 것이다. 다행히 이번 대출로는 여러가지로 힘든 부분을 정리할 수가 있어서 다행이다. 특히 현금서비스를 말끔히 정리했다. 이 걸 정리하는데 무려 20년이나 걸리다니...

훗. 오늘 내게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시름없는 아내의 미소를 볼 수가 있엇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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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5

님의 댓글

2003.07.31 01:10
  술을 조금 아끼셨더라면? ㅎㅎㅎㅎ

님의 댓글

2003.08.01 12:28
  남의일 같지않수!
이래저래 씀씀이는 날이 갈수록 커지는데 수입은 제자리면 천만 다행이니...
일반인들이 믿을까, 의사가 개업20년에 빚만 있다면
빚 좋은 개살구가 우리 신세인데, 모임에서 돈을 안쓰면 의사가 되서 짜다고하고 또 좀쓰면 얼마나 잘 벌길래 저런가 하고 뒤에서 쑥덕거리고..
ㅋㅋ 뒤에서 쑥덕거리거나 말거나 원 없이 쓸만큼 벌어나 봤으면 좋겠다.

님의 댓글

2003.08.03 16:16
  남의 일 같지 않으니 어쩌나?
한 2년동안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조금씩 누적된 빚에 더하여
이전하고 어쩌구 하니 빚이 상당히 늘었다
앞으로 잘되어서 빨리 빚을 벗어나야할까?
내 생각이 좀 바뀌었다 
전에는 빚지고 살면 절대 안되는 줄 알고 수입에 지출을 맞추려고 살아 왔는데
이젠 이자 갚을 능력만되면 빚지고 살아가기로 했다
나 죽은뒤 내앞으로 남은 것이 없다면 빚은 한정상속이라는 법적인 근거로 남은
자들에게 조금의 해도 없다고 한다
도의적인 면이 문제일까?
즉 한정상속이란 죽은자의 재산에서 빚을 갚고 남으면 상속을 받고 그렇지 못하면
상속을 받지 않는것이다
그래서 이자만 갚다가 죽으면 배째라 하면 될 것 같다 ㅎㅎㅎㅎ
결국 도덕적인 면이 문제겠지만 .........
왜 이렇게 바뀌는지는 다 아실것이라봅니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면 제대로 살수 없는것이 대한민국  입니다
조금은 비열하고 조금은 비상식적으로 법도 조금은 어기고 또 이용하기도 하고
그래야 잘사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나도 좀 따라해볼까 생각하고 변신을 꿈꾸고 있습니다



님의 댓글

2003.08.05 01:25
  대한민국이 사람 다 버리고 있군요.

님의 댓글

2003.08.05 11:21
  다 버리는게 아니고 그렇게 못하는 것이 버리는 것 아닌지

어느 것이 정도이고 어느 것이 바른 것인지 지나봐야 알지

하여튼 근 50평생을 그렇게 살앗으니 남은 기간이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다른 형태로 변해 보는것도 괜찮지 않을까 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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