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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

홍인의세상사는이야기

새해 단상

2006.01.05 23:44 1,244 1 0 0

본문

차음 사회에 발을 내 디디면서 나른대로 꿈을 가지고 있었다.
멋 모르는 젊은 시절에 혼자서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면서 날밤을 지새며
무언가 모르는 삶의 허전함을 터뜨리지 못해 안달하던 시절이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내가 처해있던 소속에서 그 허전함의 실체를 느낄 수가 있었다.
학교 동창회나 의사회 모임에 갈 때마다 나란 존재를 눈꼽만큼도 여겨주지 않는 선배들의 모습에서
내가 살아있는 이유를 조금씩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밥만 먹는 것이 사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가족과 생계를 등지고 서서히 이 넘의 부조리를
깨트리기 위해 몸짓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언젠가는 당할 우리들의 고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하는 여러 사람들을 일깨워야 한다는 생각에...
고개 숙이며 진료실을 들어오던 환자들이 언젠가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들어올거라는 생각에...
 
선배들, 후배들 살아가는 모습들에 약간의 회의를 느끼면서 멀지않은 미래를 준비해 보자고
그렇게 설치고 다녔던 시절이 있었다.

마시지도 못하는 술자리를 만들고 텅빈 지갑을 든 채로고 술자리에 따라 다니면서
우리가 제대로 된다면 나머지 인생도 그들을 위해 지낼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 경제적으로 허덕이게 되고 급기야는 곁에 있던 사람과 헤어지게 되면서
혼자만의 갈등에 사로잡혀 무엇이 우선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기도 했었다.

처음 뜻을 펼칠 때 나와 가장 많이 공감을 가졌던 이xx샘이나 그 밖의 몇몇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닌채 이삼년을 두문불출하면서 지냈다.
진료를 하는 것보다...제대로 된 생각과 환경을 만들어 볼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일을 배워
나머지 생을 그들을 위해 보낼 것이라는 꿈이 깨어져 버렸던 것이다.

이런 나를 사랑해 이제 내 곁에 와 있는 사람을 오늘 식당에 나가게 하고 말았다.
7년동안의 외출로 피폐해져버린 내 삶을 챙기지 않은 나 자신이 밉기만 하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내가 뜻했던 것을 이루지 못했을 뿐이니까.
도움없이 혼자 하기에는 너무 벅찬 일이었다고 생각하면서...그렇게 지난 날을 보낸다.

아이들에게는 불량 아버지로, 아내에게는 지지리도 못난 남편으로 살아가는 내 모습이
때로는 처량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들에게 가진 죄스러움을 만회해 볼려고 애를 쓰고는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각자 살아가는 목적이 있겠지만
어쩌면 내 생각이 너무 비현실적인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들이 다 듣기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때로는 귀를 막고도 살아가지만 역시 사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닌것 같다.

2005년 마지막 밤은...
늦은 시간까지 컴에 매달려 있는 철없는 아이들과
곁에서 애처로운 내 모습에 눈물 머금은 채 잠 못 이루는 아내를 생각하며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인생은 항상 조금씩 모자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채워도 채워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 게 인생인지도 모른다.

때로는
거짓말 하는 사람들을 보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기도 하고
개인의 영달을 위해 설쳐대는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런 일들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도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그냥
세월이 흘러가는대로 엉켜서 사는 것이 맞는지 자못 궁금하다.

원래 타고난 돈 복이 없는 넘이지만
2006년 한해는 식구들 밥 굶게 하지 않는 일에만 쫒아 다닐거라고
어설픈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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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

님의 댓글

2006.01.05 23:44
  새해...멋진 다짐이시네요..
그 다짐 사랑하는 사람에게나 아이들에게 꼭 지켰으면 좋겠네요..
부부란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지금의 잠시 힘든 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훗날 웃으면 이야기 나눌 때가 올거예요..
식당 일이 쉽지 않을텐데...날씨도 추운데..
정말정말 부인에게 잘 하셔야겠어요..

저두 거짓말(??) 하는 사람들을 보면 못참는 성격인데..

일 복만 많구...돈 복이 없으면 안되는뎅....ㅠ.ㅠ
2006년엔 홍인님께 돈 복이 왕창 쏟아지게 기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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