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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

홍인의세상사는이야기

생일

2005.12.22 17:08 1,259 2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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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아내 생일이었다.

작년 겨울에는 반떠돌이 생활을 하던 중이라 생일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던지라
올해는 멋진 생일을 보낼 수 있게 해 줄려고 며칠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다.

하지만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봐야 떠오르는 멋진 생일파티방법은 역시 한계가 있었다.
케익 하나 사서 촛불 밝혀 꼬깔모자 쓰고 애들이랑 어울려 귀여운 노래나 불러줄까.
꽃집에 전화해서 장미 한다발을 보내볼까.
어디 멋진 식당을 찾아 맛있는 외식이나 할까.

그러다 어제 아침에는 우려하던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철딱서니 없는 아이넘들이 엄마 생일 하나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용돈을 다 까 먹었으니 선물은 고사하고 하다 못해 생일축하 카드라도 하나 만들어 줄줄도 모르는 넘들...생일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도 못하는 정말이지 싸가지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지넘들 생일에는 친구들 몇명 데리고 온다는둥 어디가서 뭐 한다는둥 요구사항이 많으면서...

어른이나 되면서 어린 아이들에게 생일을 받아 챙겨먹이게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마음 쓰는게 문제라는 얘기다.

어쨌건 아내에게 말해 저녁은 외식을 하기로 했다.
미역국은 못 먹어도 저녁이라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한정식을 먹기로 하고 집에 들러 식구들을 차에 태우고 한정식 집을 찾았다.
몇군데를 들렀으나 연말이 가까워서인지 주차할 곳도 없는데다가 아예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마련할 수 조차 없었다.

결국 한정식은 포기하고 지나다 우연히 본 복국집 앞에다 차를 세웠다.
복어회 코스요리라도 먹어볼까 해서다.
복잡한 주차장에 주차를 하는 동안 식구들은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아 앉아서 기다렸다.
근대 이 복국집 밖에서 보기와는 달리 복지리와 복매운탕 박에 못하는 집이다...ㅠㅠ
먹을게 없어 복불고기를 시켜 먹는데 요리솜씨 또한 형편없다.
나오는 반찬도 그렇고 고기도 그렇고 오래 보관했던 모양이다.

배고픈 애들은 그래도 우걱우걱 잘 먹는다.
정작 오늘의 주인공인 아내와 나는 모래알 씹듯 어거지로 먹고 자리를 일어섰다.

외식은 망쳤으니 집으로 가는 길에 케익이라도 하나 사서 집에서 간단한 축하나 할랬더니 우리집은 케익을 사면 그대로 남는단다.  먹을 사람이 없단다.

결국 멋지게 해 줄려던 생일파티는 다 날아가 버리고 돌아오는 길에 책방에 들러 책 몇권 빌려서 돌아왔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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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2

님의 댓글

2005.12.22 16:34
  저런...맨날 미안한 마음만 가득하네요..
이쁜 편지지에 편지를 쓰세요...그럼 마음이 다 전달 될거예요..
말로는 좀 그렇잖아요 ㅎㅎㅎ
편지지에 글은 남기도 하지만 정성에 사랑에......행복이 두~ 배가 될거예요..
그리고 케익이 남아서 버린다고 해도 아내들은 촛불에 자기 나이만큼 초를 꼿아서
노래 불러주면 엄청 좋아라해요.
담 생일엔 작은 케익이라도 꼭 준비하세요..

애들은 남자 애들이라 그런가 우리집 애들은 편지에 선물포장해서 잘 하는 편이네요.....그것도 교육이니 시키세요...장가가서 그러면 억수로 더 섭섭할텐데ㅎㅎㅎ

사모님 생일....축하드려요.....^^*

홍인님~!
홍인님 일기를 쭉 읽고 꼬리를 달았는데...마음에 안드시면 삭제하세요...ㅠ.ㅠ
건방져 보이면 안되잖아요 ㅎㅎㅎ
저는 어디까지나...제 생각과 마음을 담아서 꼬리를 달았어요....읽었다는 표시~!

님의 댓글

2005.12.22 17:08
  ㅎㅎ 됐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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