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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

홍인의세상사는이야기

이 작은 행복이...

2005.12.21 22:19 1,314 1 0 0

본문

겨울인데도 병원문을 들어서는 환자의 발길이 여름이랑 비슷하게 뜸하기만 하다.
아직은 줄어들지 않는 지출이 매출액을 훨씬 웃돌고 있다.
숨을 돌리려면 아직 2년이라는 긴 세월이 남았는데 벌써부터 가쁜 숨을 몰아쉬며 허덕이고 있다.
이렇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런지...

다음 달 초에 애들 학교에서 학예발표회가 있다고 한다.
학예발표회야 별 대수이겠냐마는 막내는 검은신발에 검은바지, 흰티셔츠를 준비해야 한단다.
몇 만원되지 않는 금액이지만 부담이 된다.
아내랑 재래시장 내에 있는 신발가게랑 옷점을 돌아다니며 필요한 것들을 챙겼다.

자주하는 외출도 아닌데 이런 기회에 어디 커피숖에라도 앉아 오붓하게 얘기라도 하다 들어갔으면 좋으련만 마음은 꿀떡같으면서도 선뜻 발길이 내키지 않는다.
몇번을 망설이다 간단이 먹을 저녁거리를 사 들고 그냥 집으로 와 버렸다.

그렇게 망설이던 이유가 있었다.
아내 지갑 속에는 생활비로 남은 돈이 단돈 만원짜리 지폐 한장만이 있었다.
월말과 월초에 나갈 공과금도 공과금이지만 당장 애들 간식거리도 사 주지 못해 걱정할 아내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은행잔고는 텅 비은 데다가 지갑에 남은 돈이란게 월말에 나가야 할 결재대금이고 그것도 모자라는 돈이다. 월말이야 어떻게 뗴운다 하더라도 월초에 나갈 은행이자는 아직 해결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커피값이라도 아끼지뭐.'
'아내도 이해해 주겠지.'

미안한 마음을 이런 이유로 달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가 저녁을 준비할 동안 결제할 돈 일부를 빼서 아내지갑에 슬쩍 넣어두었다.
다음 달 생활비를 줘야하는데 주지도 못하면서 얼마되지 않는 이 돈을 우선 쓰라고 주기가 너무 미안해서 말도 꺼내지 못하고 그냥 지갑에다 넣어버린 것이다.

언제쯤이면 이런 미안함에서 벗어날 수가 있을까.
NG없는 드라마가 없단다.
인생이 하나의 드라마라면 마지막 NG라고 생각하는 이 작은 행복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가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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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

님의 댓글

2005.12.21 22:19
  NG가 있어야 드라마든 영화든 더 멋진 작품이 나오잖아요..
2년....거뜬히 이겨 내시고....더 큰 행복을 누리시면 좋겠어요..
사모님이 대단하시네요..
저 같으면 벌써.....바가지에....죽는다고 난리를 쳤을텐데..
잘 해드리세요..
어쩜...홍인님으로 인한 희생을....흑흑..
빨리 돈 많이 벌어서 부~~ 자 되세요.... 이 글로 사슴이 아푸네요....^^*

주위에 아픈 사람이 엄청 많은데...왜 환자가 없을까요?
병원 리모델링도 했는데..
아픈 사람들 보령의원으로 다 보내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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