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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

홍인의세상사는이야기

아스팔트 위에 누운 여인

2005.03.24 17:18 1,431 1 3 0

본문

화장실에 갔다가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창을 퉁해 보이는 광경이 참으로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도로를 향해 몸부림을 치며 들어가려는 한 여인과 그를 말리는 경찰의 몸싸움이 펼쳐져 있었다.
당연 사연은 모른다. 그 몸싸움의 시발점도 모른다.
하지만 여인은 경찰의 손을 뿌리치며 도로안으로 들어가려고 발버둥치고 있고 경찰은 호각을 불며 지나가는 자동차들에게 경각을 주면서 말리고 있었다.
급기야 여인은 한 손으로 땅을 치며 통곡하더니 도로에 누워버린다.
경찰이 가까스로 일으켜 세워 바로 근처에 있는 파출소로 데려간다.
가는 도중에도 여인은 도로로 뛰어들어 지나가는 차량과 경찰을 당황하게 했다.
무엇 때문일까.
예전 같으면 저런 광경을 보면 난동을 부리는 여인을 탓하기만 하였겠지만 지금 바라본 심정은 그렇지를 않았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지만 그럴만한 사연이 있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광경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부처같이 넓어서 드는 생각은 아닐 것이다.
나도 그만큼 세파에 시달려서 그렇다고나 할까. 저 사람도 나처럼 살아가는 것이 힘들어서 그런 모양이라는 동병상린 같은 마음 때문이랄까.

최근에 당직을 서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힘든 밤을 지내면서 서글픈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었다.
학회에 가지 못하는 것과 가지 않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책을 사 볼 수 없는 것과 사지 않는 것이 그런 것처럼...
요즘이야 직업을 두가지 이상 지닌 사람이 허다하지만 그렇게 해도 가시적인 보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마음이 힘드는 건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세월이 지나면 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스스로를 달래보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치 못한건 사실이다.

마음이 힘들어서 그런지 변덕 심한 봄날씨 탓인지 요즘은 몸도 무척이나 피로하다.
어떤 사람이 나의 침울한 모습을 보고 어둡게 지내면 오는 복도 나가니까 힘들어도 밝게 지내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했지만 뭣 하나 제대로 웃을 일도 없고 억지로 웃음을 띄우기가 힘든 건 사실이다.
요즘은 보리고개가 내게 찾아왔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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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

님의 댓글

2005.04.05 23:22
  홍인님~! 봄이예요....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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