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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

홍인의세상사는이야기

무엇으로 사는가(24)-함양마천

2004.06.07 18:26 1,789 0 42 0

본문

거제도를 출발한 나는 약 일주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도청에서 지정해 준 근무처를 향했다.
발령지는 함양에서 남원을 거쳐 지리산 백무동으로 들어가는 마천이란 읍이었다.

부임 첫날부터 마을의 다리가 떠내려가는 바람에 다리위에 널려있던 농산물을 거둬들이다 다리와 함께 강물에 휩쓸려간 11구의 어른과 아이의 사체수습 때문에 애를 먹었다.
지리산은 그 산세가 수려하지만 일단 숲에 들어가면 험악한지라 변사체가 유별나게 많은 곳이었다. 특히 칠선계곡은 사람들이 길을 잃기로 유명한 곳이다. 마을 부민조차 그 계곡에서 길을 잃어 기아사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월 평균 10구 이상의 사체가 발견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부임 후 가장 애를 먹었던 것이 바로 주민들의 소장대우였다. 면장을 비롯해 지서장, 우체국장, 예비군중대장, 학교장, 교감 등의 각 기관장들이 아침마다 새벽잠을 깨웠다.
그도 그럴 것이 비록 공중보건의지만 직위가 그들과 동급 또는 상위인지라 아침마다 인사를 위해 찿아오는 것이 귀찮을 정도였는데 특히 면장이 가장 심했다. 나중에 내가 아침에 인사들 드리러 간다고 말해서 대충 마무리는 지었지만 아침마다 면사무소로 가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다른 기관장들은 주로 비디오를 관람하러 오는 경우가 많았다. 산골이라 그런지 마을주민들의 인심은 고마울 정도로 후했다. 10년 후에 다시 그 마을을 찿아봤는데 그 당신의 인심은 간 곳이 없고 관광 때문에 인심이 돈에 의해 변해버린 것을 절실히 느꼈다.

그들과의 친분은 내가 그 곳 임기를 마친 1년 후부터 약 5년 이상 지속되었다.
이 곳에 부임해 있는 동안 얻은 것을 나열해 보면 토종꿀배양법을 익힌거와 지리산천왕봉 정상을 거의 매주 간 것, 골동품에 대한 지식과, 마천석을 이용한 생활용품 제조기술 견학, 천연송이버섯 따는법, 노루사냥법, 고로쇠물 등등에 관한 것이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진 이유를 이 곳에서 근무하는 동안 느낄 수가 있었다.
하지만 물이 좋다는 백무동에서 근무를 하면서도 그 좋은 인심을 몸에 익혀오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1년 동안의 근무기간동안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고 지리산 무장공비 등에 대한 역사도 생생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이 곳에서의 생활은 근무라기 보다는 풍류를 즐기고 지리, 역사, 인심 등에 대한 것을 배우는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편안한 생활을 한 것이다.
환자는 장날이 되면 조금 바빴지만 평소에는 심심하지 않을 정도였다. 치료비를 환자로부터 직접 받아 수입을 개인으로 사용했었는데 약품은 군청에서 일부 지급되는 것 외에는 개인적으로 구입하여 충당했다.

마천이 좋은 곳이긴 하지만 1년 후에는 근무지를 옮기기로 마음먹고 고향인 부산 가까이로 오기로 했다. 그리고 양산보건소로 발령을 받았다가 기장보건소에 자리가 난 관계로 그 곳으로 다시 옮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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