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보다 똑똑한 환자
2005.08.20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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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즘은 의료행위도 순수한 서비스업종에 포함시키는 세상이다.
이러다보니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인 신뢰와 믿음, 그리고 협조를 기대하기가 힘든 세상이다. 환자들은 의사 또는 병원을 골라 다니며 자기 취향에 맞는 서비스를 해 주는 의사나 병원을 원한다. 병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은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는 것 같다.
오늘 응급실에서 정말 똑똑한 환자 보호자를 접했다.
5세된 여자아이를 데리고 왔는데 퐁퐁 같은 걸 타다 넘어지면서 좌측 족관절 염좌를 입은 아이였다. 관절부위에 경도의 국소부종과 동통을 호소하는지라 일단 관절부위의 방사선촬영을 권하고 사진 찍는데 동의를 얻었다. 하지만 이 환자보호자인 아이의 아버지는 촬용 후에 곧 바로 치료를 담당한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사진 잘 나왔나요?"
"잘 보입니까?"
"녜. 골절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진이 잘 보인다고요?"
"아니 아픈 쪽은 저 반대편인데 사진을 반대로 찍어놓고 잘 보인다고요?"
보호자의 명백한 시비쪼의 질문이었다.
방사선실에서 그리드(grid)를 아픈 쪽에 대고 아픈 쪽 반대편에 방사선을 쪼이는 것이 못마땅해서 왜 사진을 반대로 찍느냐고 따지기 시작했는데도 그대로 진행되어 그 공세가 나에게까지 온 듯 했다.
"원래 반대편에서 찍어야 아픈 쪽이 잘 나옵니다."
"그리고, 뼈의 골절을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쪽저쪽 상관없이 다 가능합니다."
"힘줄은(인대) 이상없나요?"
"인대는 사진상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아니, 이런 사진 여러번 찍어봤는데 사진 이렇게 찍는 거 처음 보네."
"그냥 갈라요."
결국 아이 아버지는 다리를 절룩거리는 아이의 손을 이끌고 총총 걸음으로 나가버렸다.
나가는 환자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어쨌던 똑똑한 아빠 때문에 아이는 귀찮은 부목을 하지 않아도 된 것이다.
오늘 환자들은 습도가 높아서 그런지 대개가 비협조적이다.
초저녁에는 급성충수염(맹장염)이 확실한 아이를 몸에 칼을 대기 싫다고 그냥 데리고 가 버린 부모도 있었다.
세월이 갈수록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인술은 방어적이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런 환경에서 전통진료를 고집하는 나는 갈수록 입지가 어려워지리라는 생각이다.
이러다보니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인 신뢰와 믿음, 그리고 협조를 기대하기가 힘든 세상이다. 환자들은 의사 또는 병원을 골라 다니며 자기 취향에 맞는 서비스를 해 주는 의사나 병원을 원한다. 병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은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는 것 같다.
오늘 응급실에서 정말 똑똑한 환자 보호자를 접했다.
5세된 여자아이를 데리고 왔는데 퐁퐁 같은 걸 타다 넘어지면서 좌측 족관절 염좌를 입은 아이였다. 관절부위에 경도의 국소부종과 동통을 호소하는지라 일단 관절부위의 방사선촬영을 권하고 사진 찍는데 동의를 얻었다. 하지만 이 환자보호자인 아이의 아버지는 촬용 후에 곧 바로 치료를 담당한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사진 잘 나왔나요?"
"잘 보입니까?"
"녜. 골절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진이 잘 보인다고요?"
"아니 아픈 쪽은 저 반대편인데 사진을 반대로 찍어놓고 잘 보인다고요?"
보호자의 명백한 시비쪼의 질문이었다.
방사선실에서 그리드(grid)를 아픈 쪽에 대고 아픈 쪽 반대편에 방사선을 쪼이는 것이 못마땅해서 왜 사진을 반대로 찍느냐고 따지기 시작했는데도 그대로 진행되어 그 공세가 나에게까지 온 듯 했다.
"원래 반대편에서 찍어야 아픈 쪽이 잘 나옵니다."
"그리고, 뼈의 골절을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쪽저쪽 상관없이 다 가능합니다."
"힘줄은(인대) 이상없나요?"
"인대는 사진상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아니, 이런 사진 여러번 찍어봤는데 사진 이렇게 찍는 거 처음 보네."
"그냥 갈라요."
결국 아이 아버지는 다리를 절룩거리는 아이의 손을 이끌고 총총 걸음으로 나가버렸다.
나가는 환자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어쨌던 똑똑한 아빠 때문에 아이는 귀찮은 부목을 하지 않아도 된 것이다.
오늘 환자들은 습도가 높아서 그런지 대개가 비협조적이다.
초저녁에는 급성충수염(맹장염)이 확실한 아이를 몸에 칼을 대기 싫다고 그냥 데리고 가 버린 부모도 있었다.
세월이 갈수록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인술은 방어적이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런 환경에서 전통진료를 고집하는 나는 갈수록 입지가 어려워지리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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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3
님의 댓글
음, 그라고, 선상님이 잘못하신 거요. 왜냐하면 충분한 사전 설명을 안해주셨거든. ㅎㅎㅎㅎ
님의 댓글
1.뭘 봐요?
2.인대는 이상있습니다.
3.알았어.
님의 댓글
제가 당직 설 때 생각납니다....저는 환자 및 보호자 대처능력이 미숙한데다가 나이까지 어려서 보호자들에게 많이 당했던 것 같네요.
그런데, 아이가 좀 불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