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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

홍인의세상사는이야기

성격 급한 한국인들

2004.05.29 00:55 1,632 3 4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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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토요일 당직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한 날이었다.
10시에 간호사가 교대를 했는데 2인이 아닌 1인 근무였다.
병원에 도착한 6시부터 10시까지는 외래환자 보듯 단순질환 환자가 줄곧 왔지만
10시 반이 넘으면서 응급실은 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소위 말하는 진짜 응급환자가 동시에 9명이나 몰려온 때문이다.
첫 환자가 설사복통 등 급성위장염 증상을 호소하는 남자환자였는데 이 환자 진료 중에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여자환자가 또 들어왔다.

두 환자의 간단한 혈액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술취한 두명의 환자가 또 들어왔다.
한 사람은 여자환자인데 마당에서 넘어지면서 평상 모퉁이에 옆구리를 받쳐서 온 환자인데
술에 취해서 그런지 들어오는 순간부터 줄곧 고함을 지르면서 난리법석을 떨었다.
또 한사람은 119응급구조대에 의해 이송되어 온 남자환자인데 만취상태에서 계단에 굴렀던지
얼굴에 다발성열상을 입고 붕대를 감은 상태로 왔는데 한 눈에 봐도 중상이다.

환자를 인계받는 도중에 또 다른 환자 3명이 동시에 들이 닥쳤다.
한 명은 발길에 음낭을 채여 귀두가 환상으로 찢겨진 환자여서 바지에 피를 흠뻑 묻히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고 한 명은 어지러운 증상을 호소하며 다른 사람에게 업혀서 들어왔다.
다른 한명은 고열로 근육통과 오한을 호소하는 환자였다.

첫 환자의 검사 결과가 나와 처치를 하는 동안 복통과 설사를 호소하는 2명의 환자가 더 들어왔다.
결국 한 명도 처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9명의 환자를 눕혀 놓고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를 들으며 서로가 급한 환자라고 먼저해 달라는 아우성을 듣고 있는 상황이었다.

1명의 간호사가 정신없이 이리뛰고 저리뛰어 다니지만 역부족이다.
술취한 두명은 술에 취해 시끄럽고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는 잃는 소리 때문에 마치 진통을 호소하는 산모들을 모아놓은 듯 했다.

내과질환의 환자들 검사와 처치를 마무리 지어 놓고 외상환자들 X-선 촬영 결과가 나올 동안 만취환자 봉합을 했다. 이 환자 다친 곳이 많은데다가 술에 취한 상태라 움직이지 못하게 붙들어 가며 봉합을 하는데만 1시간이 걸렸다. 다음에는 음경열상 환자를 봉합하고...

이 9명의 환자 처치가 마친 것이 새벽 3시경이었다.
무려 5시간이다. 문제는 첫 1시간 동안 환자들의 반응이다.
서로가 급한 상황이라고 치료를 먼저 요구하면서 남의 상황은 안중에도 없다.
물론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야간 응급환자들을 보면 급한 한국인의 성격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날은 무슨 일인지 아침 8시가 넘도록까지 10분의 휴식도 없이 환자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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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3

님의 댓글

2004.05.24 09:43
  수고 많았군요 남들은 다 쉬는 주말에 ... 

님의 댓글

2004.05.24 10:45
  고생햇수!

님의 댓글

2004.05.29 00:55
  글에서 현장을 느끼게 합니다..
저두 급한 상황이 터지며 홍인님 병원에 가려고 했는데..
가면 안되겠군요 ㅎㅎㅎ

복 터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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