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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

홍인의세상사는이야기

의협플라자 논객들께 드리는 글

2004.05.20 00:55 1,647 3 51 0

본문

저는 의협 플라자에 많은 글을 올리지 않습니다. 할 말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답답한 마음은 어느 누구보다 더 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 곳이 내집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 집에서 내가 아무리 떠들어봐야 메아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런 줄 알면서도 떠들고 싶을 때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요즘 이 곳 플라자의 오피니언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해 봅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지만 살아온 지난 날들을 곰곰히 돌이켜 봅니다.

과거 남들이 부러워하는 의사면허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하고 싶은거 먹고 싶은 거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고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자그만 부채를 가지고 지내던 것이 의약분업 후 갑자기 눈덩이 처럼 부풀어 지금은 분업 전의 5배나 되는 부채를 짊어지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되어 버렸는지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분업이 시행되던 전후에 급변하는 의료가 걱정되어 동료들을 깨우치게 하는 일에는 부지런히 뛰어다닌 죄 아닌 죄와 병원경영과 최신 의료경향 등에 대해 공부를 게을리 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 덕분에 요즘은 낮에 진료를 마치고 야간당직을 나갑니다. 개원의들이 얼마나 당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더러는 서글픈 생각도 많이 듭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다시 한번 되돌아 봅니다.

저도 의료계를 위해 희생한 많은 분들처럼 의협을 위해 나름대로 많은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의권투쟁 시절에는 한 달에 너댓번씩 서울을 드나들었고, 의료계의 현실을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생각에 시민단체나 사회단체 등에도 부지런히 다녔습니다.

명절을 제외하고는 집에 바로 들어가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다녔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현재 겪고 있는 것처럼 탐탁치는 못합니다.

제가 당직서는 것을 아는 동료 의사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자기 분수도 모르고 설치고 다니더니 저러네라고 말할까요? 그것이 아니면 동정을 할까요?

이웃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그들은 아마 이해조차 못할 겁니다.
많은 갈등을 느끼고는 있지만 이번에 다시 포탈사이트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아직 의사이고 아직은 많은 동료의사들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곳의 오피니언들도 저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 분들도 저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 있는분들이 틀림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분들도 동료를 사랑하고 의협을 염려하는 마음은 같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방법론에 있어서 저와 다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을 한다고 격려의 칭찬을 듣고 오피니언들은 비판과 비난이 따라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어쩌면 저 같은 사람은 남들과 싸우는 것이 싫어 그런 비판을 피해 다니고 있는 소극적인 성격의 소유자 인지도 모릅니다.

어쨌건 일하는 방식이 어떠하든 어떤 주장을 할 때에는 자기의 주장을 제도권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기교를 부릴 필요가 있고, 독자나 관계자들은 그 내용을 요령껏 활용하면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저는 의협포탈사이트를 사랑합니다. 이 곳은 제 동료들이 필요할 때 찿아오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곳이 원해서 오기보다는 마음에 이끌려 오게 되는 고향이기를 바랍니다.

제가 힘들게 일하는 만큼 힘들게 찿아오는 여러분들도 같은 마음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추신) 무척이나 망설이다 올립니다. 조금 비릿한 내용의 글이 되어 버렸지만 뜻하는 바를 알아주시리라 믿습니다..



             

                      손 병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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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3

님의 댓글

2004.05.18 23:54
  대표운영장이 되고 처음으로 회원들에게 내보내는 글입니다.
언급조차하기 싫은 개인생활을 또 내보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해서라도 효과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님의 댓글

2004.05.19 09:10
  그런데, 너무 우울한 문장입니다.

님의 댓글

2004.05.20 00:55
  흠.....손샘은 소탈해서......
저는 걱정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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