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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

홍인의세상사는이야기

고마운 환자

2004.03.07 15:39 1,673 2 16 0

본문

고마운 환자

며칠 전 환자 한 분이 오셔서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허리를 다친 적이 있냐고 물으니 입원하는 바람에 너무 누워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

50대 후반인 이 남자 분은 한 달 전 배가 아파 내게 진료를 받고 간 환자다.
병원에 오기 하루 전 날 술을 너무 마셔 그 날밤부터 구토와 설사를 심하게 하고
아침에는 두통이 심해서 왔었다.
술을 마신 후에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라 별다른 검사없이 그에 따른 치료만 하여
보냈었다.

그런데 그 날 밤에 심한 복통으로 응급실로 실려가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맹장염이 진행되어 터지는 바람에 복막염이 되었던 모양이다.
처음 진료를 했던 내가 그 것을 놓친 것이 무척이나 미안스러웠다.

"내가 몰랐네요. 미안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이 한마디였다.
그런데 이 환자는 내게 전혀 불만이 없다.
언제나처럼 진료실에 들어올 때 인사를 꾸벅하고 진료 후 나갈 때와 수납 후
문을 나서기 전에 또 허리굽혀 인사를 한다.
인삿말은 항상 같다.

"고맙습니다."

며칠동안 그 환자를 진료할 때 마다 미안한 생각이 든다.
오늘도 그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면 진료실로 들어섰다.

"이젠 허리 아픈 게 많이 좋아졌습니다."

하면서 허리를 이리저리 돌리기도 하고 일부러 구부려도 본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는 느낌이다.
담배 한 대 태울려고 잠시 밖에 나와 있으니 처방전을 든 그가 병원 계단을 내려온다.
나를 보더니 또 허리를 넙적 구부리며 인사를 한다.

"고맙습니다."

변변찮은 내가 아직 의생(醫生)의 길을 걷고 있는 이유는 식구들 먹여 살리는
수단외에도 바로 이런 인생의 맛을 느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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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2

님의 댓글

2004.03.07 00:49
  그래도 , 고맙고 착한환자가 많습니다.[14]

님의 댓글

2004.03.07 15:39
  진료 받으러 왔을 때..
맹장인줄 알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저두 손가락을 보면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렇게 피나고 아팠던 부분이 지금은 딱 붙어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네요.
무릎을 치료해 주신 의사샘도 늘 기억에 남습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환자들을 치료 잘해주세요..

항상....감사합니다....고맙습니다.......수고하세요....인사하면.......최미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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