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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

홍인의세상사는이야기

무엇으로 사는가(20)-첫 환자

2004.02.25 11:20 1,594 3 18 0

본문

첫 환자

KMA국시를 치른 후 의사면허증을 처음 받고 본 환자는 너무나 끔찍한 환자였습니다.
졸업식도 하기 전 군의학교에 입학하여 영천에 있는 3군사관학교에서 훈련을 마치고 다시
군의학교로 와 임관식을 할 때 친구들과 나란히 줄을 서서 얘기를 나누었는데 제가 서 있던
줄은 모두 공군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첫 근무지가 거제도에 있는 옥포대우병원이었습니다.
병원에 첫 날 출근하여 식당에서 아침을 배깃받아 숟가락을 막 드는 순간 경찰이 허겁지겁
식당에 들어오면서 응급실 당직의사를 찿았습니다.
그 날은 내가 당직이었기 때문에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식사 중에 죄송하지만 다급한 상황이라 함께 가 줄 수 없냐."

고 합니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경찰을 따라 차를 탔습니다.
약 5분 정도 쯤 가니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얼핏봐도 사고 현장이 틀림없었습니다.

다가가 보니 10톤 트럭 한대가 서 있고 그 옆에 가마니로 무엇을 덮어 놓은 게 보였습니다.
장갑을 끼고 가마니를 여는 순간 까무러 칠 뻔 했습니다.
거마니 안에는 서너살 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누워 있었는데 몸이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습니다.
두개골이 깨져 눈이 튀어져 나와 있고 뇌실질도 깨진 두개골 바깥으로 흘러나와 있었으며
복부장기 중 간, 신장, 대장 등이 바깥으로 나와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 모습을 두 눈 뜨고 제대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해부학실습 때 사체는 해부해 보았지만 그런 모습은 정말 참혹했습니다.
긴장한 탓인지 구역질은 나지 않았지만 가끔 고개를 돌려가며 사체검안을 마쳤습니다.
사체검안이라고 할 것 까지도 없이 보는 그대로 기술하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다만 흐뜨려진 사체의 장기들을 원래의 위치로 조합해야하는 것이 괴로웠습니다.

사건 경위는 트럭에 아이가 친 것이었습니다.
도로 옆에 슈퍼가 있었는데 아이엄마가 쇼핑을 하는 동안 아이가 바깥으로 나와 도로에서
서성거리는 사이에 트럭이 후진을 하면서 아이을 깔아 뭉갰다고 합니다.
아이가 차에 친 줄도 모르고 트럭기사는 다시 차를 전진했으니 두번이나 10톤 트럭이 지나
간 것이었습니다.

나의 의생길은 바로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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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3

님의 댓글

2004.02.23 18:48
  사체를 환자라고 부르기도 한가요?    -떤지-

님의 댓글

2004.02.23 18:51
  저도 경북 상주에서 공보의 할 때 그런 사체를 봤는데...
식당 바로  앞에서 사고가 나서.. 피바다 되고
손님들 다 토하고... 남아있는 살점들
근처 원장이 주섬주섬 담고....소방차가 와서 물청소하고..
...............................

님의 댓글

2004.02.25 11:20
  우메 돌겠구만
살아있으면서 목날라간사람 못봤죠
숨은 쉬는데 앞 목뚜껑이 열려있어요
결국 살려서 부산으로 후송했습니다
살았다 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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