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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

자유게시판

독감과의 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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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
2003.03.19 09:37 2,626 0 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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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친구에게 전화했다가 독감이 상륙했다는 말을 듣고 긴장한 지 1주 후 부산 친구에게서도 독감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 이 넘은 독감에 걸려 고생하는 게 아니라 독감환자에게 파묻혀 고생하는 것임 -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생각하고 비장한 결심을 했다. (註 : 여기서 안양은 절대 여자이름이 아님을 밝혀둔다.)

연례행사로 치르는 독감과의 사투를 올해는 기필코 이기기 위해서다. - 비장한 각오라고 해봐야 이 것도 해마다 하는 연례행사 중의 하나고 지금껏 다섯 번씩이나 참패를 당했지만 이 부분은 글을 읽는 사람들이 각자 새겨 읽어주길 바란다. ㅠ,ㅠ

이미 준비사항으로 환자들 주기 위해 마련해 놓은 독감예방주사를 두 번이나 맞았고, 봄날처럼 따스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겨울내의를 꺼내 입고는 뒤뚱거리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 아그. 이것 땜에 냄새나는 영감짓 한다고 마눌에게 설움당한 걸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내 몸이 워낙 가녀려 내의를 입어도 왠만한사람보다는 날씬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지만...하늘은 결국 날 물먹이고 말았다.
퇴근 무렵쯤 되어 으스스하던 몸이 집에 가는 동안 오싹오싹 해지더니 옷을 벗자말자 으드득 떨리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잠깐, 여기서 생각해야 할 점 하나..옷을 벗으면 원래 오싹해 지나??  하여튼 그냥 넘어가자)
일단 죽을 때 죽더라도 가장의 체면을 살려 온 식구들을 불러모아 경계령을 발포했다.

첫째, 내가 스스로 살아날 때까지 절대 깨우지 말 것. 단, 다른 여자가 인공호흡 하는 것은 용납할 것임.
둘째, TV 소리는 이어폰으로만 들을 것.
세째, 안방 문은 절대 키를 사용해서 열지 말 것.

(註 : 여기서 독감바이러스의 무서운 징조가 드러난다.)
첫째, 후담이지만 그 날 이후 우리집에 그렇게나 자주 놀러오던 마눌친구들이 이틀간 출입금지가 되어 버렸고,
둘째, 우리집 TV는 아이들이 컴터로만 본다.
세째, 내가 잠들 때 안방문을 짐그지도 않고 그냥 자버렸다.
결국 나는 독감바이러스에 중독이 되어 헛소리만 지껄이다가 세미콤마에 빠졌던 것이다.
(여기서 세미콤마-semicoma-라는 것은 쉽게 말하면 반쯤 죽은 상태를 일컫는다)

잠을 깨니 캄캄한 게 새벽이었다.
허걱! 그런데 시계바늘 작은 침이 두바퀴 반이나 돌아버렸다는 것을 잠든 마물을 깨워 밥달라고 지롤지롤한 후에나 알았다. 시계바늘도 바이러스 먹었나??

울먹이며 찬합에 국 한 그릇 달랑 갖다주는 마눌을 고맙게 생각하며 한숟뜨니 우악! 이건 또 뭔 조화여.
잠깐, 여기서도 마물이 울먹인 건 자다 일어나서 눈꼽을 뗀 게 아닌가 생각한다. 믿거나말거나...
먹은 게 바로 용수철처럼 튕겨올라와 버리는 게 아닌가.
이후로는 만 이틀간 용수철 받침대가 없어서 숟가락질을 하지도 못하고 말았다.

..........................................중    략................................................



..........................................말  략.................................................

에그 이젠 집에 가야죠. 아니 약속이 있어서 나가야 돼요.

            2002.12.26  †홍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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