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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불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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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
2013.10.21 18:29 2,251 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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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예방 접종도 참는다.

오늘 오전 도봉구청에는 수백 명의 어르신들이 찾아 오셨습니다. 독감 예방 접종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아직 독감이 유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독감 예방 접종 후 항체가 생기기 까지는 2-3주가 소요되기 때문에, 지금이 독감 예방 접종을 받는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질병관리본부에 확인해 봤더니 보건소를 통한 독감백신 접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전국 보건소에 400만 도즈가 보급됐는데, 지금까지 백만 도즈가 넘게 접종되었고,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수도권에 위치한 병•의원의 상황은 달랐습니다. 평소보다 환자가 많은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독감 예방접종을 맞으러 오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수도권의 개원 의사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독감 예방 접종을 받으러 오는 사람이 작년에 비해 채 절반이 못 된다는 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독감 예방 접종이 보건소에서는 예년과 동일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민간 병•의원에서는 그렇지 않은 겁니다. 왜 이런 차이가 벌어질까요?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보건소에서는 무료 접종 대상자를 중심으로 예방 접종이 이루어 집니다. 하지만, 병•의원에서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3만원 정도의 비용을 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비용은 지난해와 동일합니다. 독감백신의 원가가 지난해보다 30%이상 상승했음에도 불경기를 감안해 소비자 비용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독감 예방 접종의 민간 부분은 아직까지 싸늘합니다.

'빅 4'도 불경기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은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약 4조원 가까이 되는 돈이 남았습니다. 이를 두고 여러 분석이 있었지만, 불경기로 환자들이 병원을 찾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장 타당성을 얻었습니다. 환자가 병원을 찾지 않아서 건강 보험 공단에서 병원에 주어야 할 의료 급여 비용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병원 경영진들이 지난해를 최악의 병원 불경기 기간으로 꼽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S 대학 병원의 경우 올 상반기 340억 원의 적자를 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이런 추세는 고스란히 하반기에도 이어지고 있어서 올해 7백억 가까운 적자가 예상된다고 전망했습니다. 환자 쏠림 현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내 최고의 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인 이야기입니다.

이 병원은 해마다 7% 정도의 매출 상승이 있었는데, 올해 들어 상승률이 1% 대로 떨어졌습니다. 방문하는 환자 숫자도 줄었고, 한 명의 환자가 쓰는 돈의 액수도 줄었습니다. 오는 환자도 줄었지만, 와서도 값비싼 검사나 치료는 피한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은 일명 '빅4'라고 불리는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입원하기 어려워 며칠 정도는 늘 대기 해야 했던 병원이, 이제는 쉽게 입원이 가능해졌습니다. 90%를 웃돌던 병상 가동률이 80%대로 떨어졌습니다.

수술도 미룬다.

최악의 불경기로 기록됐던 지난해에도 흑자를 기록했던 전문병원들의 상황도 지금은 심각합니다. 한 관절전문병원의 지난 9월엔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개원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경영진은 밝혔습니다. 적자의 이유를 경영진은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이 병원에서는 수술 예정된 환자가 여러 사정으로 수술 일을 취소하는 경우가 지금까지는 10%였는데, 올해는 30%까지 높아졌습니다. 대신 약 처방이나 물리치료를 요구하는 환자가 늘었습니다.

목돈이 드는 수술 대신, 적은 돈이 드는 약 처방이나 물리치료로 돌리는 겁니다. 수술을 취소했던 한 환자분은 "고통스러운 결정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병원의 방만한 경영, 혹은 과도한 공급에 따른 병•의원의 어려움이라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비현실적인 의료수가 문제는 별도로 고민해봐야 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환자들이 병원에 가질 않고 참는 현상'은 의료 공급체계나 의료수가에 관한 논의 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입니다. 환자가 병원을 찾지 않으면 병원은 망하게 되고, 병원이 망하면 결국 환자도 고통을 받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는 이미 명확하게 입증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조동찬 기자dongchar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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