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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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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그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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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
2004.01.29 15:45 1,697 0 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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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그녀(1)] 

지은이,, 0 00

그녀와의 만남

1996년 1월말 C병원 이비인후과 외래앞 계단에서 그녀를 처음만났다. 단발머리에 조금은 통통한 그녀. 소아과 의국이 어디냐고 묻는 얼굴이 조금은 귀여운 그녀. 어제 들은 소아과 일년차로 오기로 한 그녀구나 생각이 들자 갑자기 그녀가 안되어보였다.이미 나와 같이 방을 쓰던 소아과 1년차 여선생이 두명이나 나간 상태라 저 순하게 보이는 그녀가 견뎌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솔직히 이번엔 한달을 버틸까였다. 위로 4년차 여선생과 3년차 남선생뿐이고 2년차의 공백 속에 그녀가 일년차로 들어온 것이다. 다른 병원에 비해 일이 좀 많은 편이고 밤에 응급실은 소아과는 감기 환아라도 direct call..이라서 밤도 제대로 못자는 형편이었다. 그렇게 그녀를 처음 만나고 우리의 일년간의 동거는 시작되었다.

1996년 2월 음력설 연휴
음력설 연휴에 이거이 노처녀가 당직이나 서고 뭔 일이람. 투털거리고 있는데 노크를 한다.며칠전 본 그녀였다. 가방이랑 이불보따리를 들고 웃고있다. 덩치에 안맞게 귀엽게 노네. 그  웃음 뒤엔 참 어두운 얼굴이 숨어있었다. 남편이랑 같이 왔는데 들어가도 되냐고 묻는다. 남편도 있단 말이지. 씨펄~노처녀 기죽이냐. 따라온 남편이란 작자는 손에 가벼운거 하나 달랑들고 잘 부탁한다며 얘가 일을 잘 못하니 잘 보살펴주란다. 그래 우리나라 남자들은 다 그래. 지 마누라 잘한다는 놈 못 봤다. 회식자리에서 술처먹을 땐 남녀평등이고 외치면서 집구석에 들어가선 지마누라에게 큰소리나 치지. 남편이 가고 그녀는 보따리를 푼다. 뭔 짐들이 많은지. 저거 한 달이면 나갈 인간이 짐도  많네. 책 보는척 하면서 흘깃 흘깃 쳐다보니 아무래도 결벽증도 있는 것 같다. 병원서 다 주는데 베게까지 챙겨오다니. 나중에 그녀의 진술에 의하면 내가 말도 안하고 책만봐서 뭐 저런 년이 다있냐고 생각했단다. 짐을 풀더니 책상을 챙긴다. 의국가서 일한다고 나간다. 내일부터 하지 뭘 한다고 저러나. 밤늦게 들어온다. 예의상 물었다. 뭐했냐고. 의국가서 환자리스트 만들고 내일 회진준비했단다. 어라..일을 할줄이나 아나? 애가 있냐 물으니 출산한지 두달이란다. 허걱~. 첫애는 4살인 남자애고 둘째는 이제 두달인 여자애란다. 씨펄~골고루도 낳았네. 그런데 뭔 얼굴에 어둠이 저리도 많은지.

1996년 2월 중반 어느 일요일
방이나 응급실에서 간간이 마주치는 그녀.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번 선생은 일도 잘하고 싹싹하단다. 앞의 선생들이 잘 못하던 신생아 sampling, intubation도 척척해내고 당직하면서 환자 보는것도 제법이란다. 특히나 간호사들에게 잘한단다. 천성이 착한 뇬인가? 나중에 알고보니 첫애 낳고 일년 쉬면서 산부인과 분만실 일반의를 하고 형편이 어려워서 다음해엔 야간당직도 하면서 NICU GP를 2년간 했단다. 쯧쯧...고생이 많았구만. 그 남푠 얼굴보니 고생시킬 인간은 아니더만.찾아오는 친정어머니도 그리 어려워보이지 않더만. 방에서 그녀를 만나 얘기를 하고 싶지만 이 성격이 그리 쉽게 친해지는 성격도 아니고 신경과 2년차에 윗년차 잘못 만나 당직만 디립다 서고 일년차는 일하는거 맘에 안들고 스트레스 받던차에 시간만 나면 잠만 히스테리를 부렸다..밥먹는 시간이 아까워 김밥과 라면으로 떼우고 점심시간엔 자고 늘 책상앞에 앉아 들어오지도 않는 책만 보고 있으니 그녀는 내게 말 붙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녀가 갑자기 어딜 따라 가자고 한다. 그래 가자 . 전자상가엘 가서 미니 오디오를 하나 산다고 한다. 내 시디 플레이어가 있었는데 잘 안되는 터라 좋아라고 했다. 36만원으로 기억한다. 형편이 안좋다고 했는데 의아해하니. 음악이 없으면 못 살고 미니오디오 하나 갖는게 소원이었는데 의국비 낼 돈을 50만원 부풀려서 얘기하고 산다고 한다. 남편이 주는 것인가 했더니. 알고보니 그 돈도 자기가 번돈인데 그렇게 눈치 보면서 쓰는것이었다. 70만원 월급받아서 둘째 애 보는
보모집에 60만원주고 시댁에 20만원주고 (보너스 받는달 감안해서) 첫애는 친정에서 그냥 봐주고 그런단다. 자기 용돈도 없다. 친정엄마에게 조금씩 얻어쓰고 당직하면서 조금 모아둔거 쓴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그녀가 돈을 쓰는건 집에가는 버스비, 인턴들 밥 사주는거 음악 시디 사는 것 이외에는 없었다. 화장도 안하고 옷도 안사입고 그러면서 아이들 위한 것은 뭐든지 하는것이었다. 전형적인 한국여인네였다. 남편은 월급받아도 한푼도 안준단다. 웃기는 일이다. 그녀를 보고 나는 절~대 결혼을 안하리라 맘먹었다.
그런 그녀가 큰 맘먹고 산 미니오디오는 그날부터 우리방 식구가 되었고 하루종일 틀어져있었고 우린 급속도로 친하게 되었다. 야니의 아크로폴리스와 조관우 2집이 우리의 생활이었고 늘 음악 선곡은 내가 했다. 그녀는 그런데 불만이 없었다. 그녀는 밤에 응급실에 툭하면 불려가던터라 시간을 쪼개어 자야하고 나는 일년차가 있기에 조금은 느긋해서 밤에 불켜고 음악들으면서 책을 보는데 음악소리가 나도 불평없이 쌕쌕거리면서 자는 그녀의 모습은 귀여웠다. 어쩌면 저런 얼굴에 그런 고생을 할까. 쯧쯧...

1996년 2월말 어느날
여리게 보이는 그녀는 알고보니 나만큼 욕을 잘하는 뇬이었다. 나는 씨펄~을 그녀는 에이~씨펄~을 입에 달고 다닌다. 허걱~. 지금도 그녀와 나는 말투가 비슷하다. 그녀에겐 숨겨진 성격이 있었다. 그도 그런 것이 우리병원엔 의국과 당직실이 별관에 몰려있다. 별관2.3층인데 우리 당직실은 첨엔 3층에 있었다. 각층에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는데 여선생 당직은 그녀와 나 둘뿐이었다.그런데 2층의 화장실과 샤워실을 써야하고 남선생들이 마구 드나든다. 그녀는 오자마자 그것부터 정리했다. 흰종이에 '여자화장실'이라 크게 쓰고 3층화장실에 붙이고 3층에 있던 남선생 물품들을 다 2층으로 옮겨 버리고 감시를 하기 시작했다. 3층 선생이 귀찮아서 3층의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는게 들키며 과,년차 불문하고 선생님~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허걱~. 덕분에 나는 편하게 3층 화장실과 샤워실을 썼다. 그녀의 결벽증은 얼마나 심한지 샤워실을 쓰면 샤워실만 잠그면 되지 아예 샤워실과 화장실 들어가는 문을 다 차단하고 쓰는 바람에 나는 그녀의 샤워가 끝날때까지 화장실 출입을 못했다. 애 낳은지 얼마안되는 그 몸매에 누가 잡아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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